단순 구매를 넘어선 ‘기술 협력’ 모델
한국의 K2 ‘흑표’ 전차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지만, 튀르키예와의 협력 사례는 K2의 수출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지위를 차지합니다. 튀르키예는 K2 전차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K2의 핵심 기술을 도입하여 자국형 전차인 **’알타이(Altay)’**를 개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무기 거래가 아닌, 한국의 선진 방산 기술을 통째로 이식하는 전략적 기술 협력 모델이었습니다.
이 협력은 튀르키예의 국방 현대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며, 한-튀르키예 양국 관계에 깊은 전략적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튀르키예의 선택: K2 기술이 알타이에 미친 영향
2000년대 초, 튀르키예는 노후된 전차를 대체할 차세대 전차 개발 사업인 **MITUP(National Main Battle Tank Project)**를 시작하며 기술 파트너를 찾았습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경쟁국 대신 한국을 택한 것은 K2가 보유한 독보적인 첨단 기술 때문이었습니다.
K2 전차에서 알타이 전차로 이전된 핵심 기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동 장전 장치: K2 전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자동 장전 장치 기술이 알타이에 적용되어, 튀르키예는 승무원 수를 4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전투 효율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 모듈식 설계: K2가 가진 모듈식 장갑 및 설계 기술은 알타이 전차가 미래의 위협에 맞춰 쉽게 성능을 개량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 현대화된 사격 통제 시스템: K2의 고성능 사격 통제 및 전장 관리 시스템 기술은 알타이의 정확도와 지휘 통제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결국 K2 기술은 알타이 전차를 4.5세대로 평가받는 첨단 전차로 도약시키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방산 협력의 전략적 효과: ‘형제 국가’ 간의 신뢰 심화
K2 전차의 기술 이전은 단순히 전차 한 대의 성능을 높이는 것을 넘어, 한-튀르키예 양국 관계에 다음과 같은 전략적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 장기적 군수 동맹 형성: 기술 이전은 부품 공급 및 공동 연구 개발로 이어지기 때문에, 양국은 단순 구매국-판매국 관계를 넘어 수십 년간 지속될 군수 동맹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는 안정적인 부품 수급과 기술 지원을 보장합니다.
- 상호 신뢰의 증거: 선진 방산 기술을 이전한다는 것은 최고 수준의 전략적 신뢰를 의미합니다. 한국은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튀르키예를 중동 및 유럽 시장 진출의 핵심 파트너로 인정했으며, 이는 양국의 외교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K-방산의 글로벌 위상 제고: 튀르키예와 같은 NATO 회원국이자 지역 강국에 기술을 이전했다는 사실은 K-방산 기술의 독립성과 첨단성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강력한 레퍼런스가 되었습니다.

알타이 개발 난관과 다시 찾아온 기회
기술 이전 협력 이후, 알타이 전차는 핵심 부품인 **파워팩(엔진 및 변속기)**의 공급 문제로 개발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당초 파워팩을 공급하기로 했던 독일이 튀르키예의 군사 행동을 이유로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이 난관은 한국에게 다시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튀르키예는 결국 K2 전차의 국산 파워팩(두산엔진 + S&T 변속기) 또는 한국형 파워팩 개발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K2 전차의 기술 협력이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동반 성장 모델임을 보여줍니다.
기술 협력 모델: K-방산 미래 수출의 청사진
K2 전차의 튀르키예 기술 이전 사례는 K-방산이 나아가야 할 미래 수출 전략의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완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운용국의 국방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기술 협력 모델’은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