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목받은 K-방산: K9 자주포의 ‘생존성’ 분석

전장 최전선에서 증명된 K9의 가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 포병 전술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생존성(Survivability)’**이 포병 시스템의 핵심 평가 기준으로 떠올랐습니다. 한국의 K9 자주포는 전쟁 발발 이전부터 튀르키예, 폴란드 등 유럽 국가에 수출되며 성능을 인정받았지만, 이 전쟁을 통해 그 생존 능력이 국제적으로 다시 한번 강력하게 주목받았습니다.

K9 자주포의 생존성은 단순히 단단한 장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속 이동’, ‘신속 사격’, ‘정확한 위치 선정’**이라는 세 가지 핵심 전술 능력이 통합된 결과입니다. 이 능력은 적의 ‘대화력전(Counter-battery Fire)’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1. ‘Shoot-and-Scoot’ (쏘고 튀기) 능력의 극대화

현대 전장에서 고정된 위치에서 오래 머무르는 포병은 곧 적의 표적이 됩니다. 적의 대화력전 레이더가 포탄 궤적을 추적하여 발사 원점을 파악하고 즉시 반격하는 시간이 매우 짧아졌기 때문입니다. K9 자주포는 이 위험을 회피하는 ‘Shoot-and-Scoot’ 전술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 초고속 전개 및 철수: K9은 자체적으로 1,000마력의 강력한 엔진을 탑재하여 야지에서 최고 시속 67km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 신속한 사격 준비: 자동화된 장전 시스템 덕분에 60초 이내에 사격 준비를 완료하고, 최대 15초 이내에 3발을 집중 사격할 수 있습니다.
  • 즉각적인 이탈: 사격 임무를 마친 후 20~30초 이내에 진지에서 이탈하여 이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포대 위치를 옮겨 적의 반격 사격이 도달하기 전에 안전 지역으로 벗어나는 것이 K9 생존성의 핵심입니다.

2. 자동화된 사격 통제 및 정밀성

생존성은 신속한 사격과 정확한 위치 조정에서 시작됩니다. K9은 자동화된 사격 통제 시스템으로 이 과정을 최소화합니다.

  • 자동 사격 통제 시스템 (AFCS): K9은 사격 임무 접수부터 표적 설정, 방열(포의 방향 맞추기), 탄도 계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동화하여 수동 조작 시간을 대폭 줄였습니다. 이는 적의 정찰 드론이나 포병 반격팀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합니다.
  • Multi-Round Simultaneous Impact (MRSI): 일명 ‘동시 탄착 사격’ 능력은 K9의 생존성과 공격력을 동시에 높입니다. 서로 다른 각도로 발사된 여러 발의 포탄이 목표 지점에 거의 동시에 떨어지게 하는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K9은 한 번의 사격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힌 후 빠르게 이탈할 수 있습니다.

3. 방호력 및 유럽형 전술 운용의 적합성

K9은 생존성을 높이는 동시에, 불가피한 공격에 대비한 방호력 또한 갖추고 있습니다.

  • 알루미늄 합금 장갑: 적의 파편 및 소화기 공격으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하는 경량 고강도 장갑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중량을 최소화하여 기동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기본적인 방호력을 확보합니다.
  • 모듈식 설계의 확장성: K9의 모듈식 설계는 폴란드 수출형 K9PL처럼 현지 요구에 맞는 추가적인 장갑이나 방호 시스템을 통합하는 데 유리합니다. 이는 수출국들이 자국의 전장 환경에 맞춘 생존성 강화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합니다.

결론: K9은 ‘생존하는 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포병이 더 이상 수동적인 지원 무기가 아니라, 스스로 생존하고 기동하며 타격하는 주력 전투 시스템임을 입증했습니다. K9 자주포의 성공은 ‘빠르게 움직이고, 정확하게 타격하며, 즉시 사라지는’ 현대 전장의 생존 공식에 완벽하게 부합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K9의 독보적인 생존 능력은 K-방산이 글로벌 시장, 특히 유럽 전선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된 핵심 동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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