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시대의 ‘자주국방 선언’: 한국 방위 산업 태동기 비화

‘닉슨 독트린’과 자주국방의 불가피한 선택

1970년대 초, 한국은 안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맞았습니다. 1969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닉슨 독트린(Nixon Doctrine)’**을 발표하며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자신의 안보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곧이어 1971년, 주한미군 7사단이 철수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에게 큰 충격이었으며, 안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해졌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고, 이것이 바로 **’자주국방 선언’**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구호가 아닌, 한국의 방위 산업(방산)을 태동시킨 결정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율곡 사업: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 과학의 초석

자주국방 선언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가 바로 1974년부터 시작된 **’율곡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현대화된 무기 체계를 국내에서 연구, 개발, 생산하여 군 전력 증강을 목표로 했습니다.

  1.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역할 강화: 1970년 설립된 ADD는 이 시기에 한국 무기 개발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며 각종 화기, 미사일, 장갑차 등 국산 무기 개발을 주도했습니다.
  2. 방위세 신설 및 재원 확보: 막대한 개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1975년 **’방위세’**가 신설되었습니다. 이 세금은 국민의 세 부담을 늘렸지만, 자주국방에 대한 국민적 의지를 모으고 방산 개발의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3. 방위산업체 육성: 기존의 민간 기업(예: 현대, 대우)을 방위산업체로 지정하고, 이들에게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여 무기 생산 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는 현재 K-방산 기업들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미사일 주권 확보를 향한 비화: ‘백곰 미사일’ 개발

자주국방 선언의 의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상징적인 프로젝트는 한국 최초의 탄도미사일인 ‘백곰(NH-K)’ 개발이었습니다.

  • 미국의 압력: 당시 미국은 한국이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사정거리 180km 이상의 미사일 개발은 미국의 통제 하에 있었고, 미국은 기술 이전은 물론 관련 부품 수출까지 엄격히 금지했습니다.
  • 비밀 연구팀 운영: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극비리에 백곰 개발팀을 운영했습니다. ADD 연구진들은 외국 전문가들을 속여가며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우회적인 방법으로 확보해야 했습니다.
  • 자주국방의 상징: 1978년 백곰 미사일 시험 발사는 사정거리를 ‘자주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군사적 성공을 넘어, 한국의 **’미사일 주권’**을 선언하는 역사적 의미를 가졌습니다.
  • [이미지 추천 검색 키워드] Old ballistic missile launch Korea, 1970s military technology meeting, US Korea relationship 1970s

K-방산 성공의 근본적 DNA 형성

1970년대의 자주국방 선언과 율곡 사업을 통해 한국 방위 산업의 근본적인 DNA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현재 K-방산의 성공 요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1. 필수 기술의 국산화 의지: 외부 의존을 최소화하고 핵심 기술을 반드시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K-방산 기술 경쟁력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2. 신속한 개발과 생산 능력: ‘시간이 없다’는 절박한 안보 환경 속에서 다져진 빠른 결정과 신속한 대량 생산 능력은 오늘날 K-방산의 ‘Quick Delivery’ 경쟁력으로 이어졌습니다.

결론: 현재의 K-방산을 이해하는 열쇠

박정희 시대의 자주국방 선언은 냉전 시대의 국제 정세 변화와 미국 정책의 영향을 받아 한국이 생존을 위해 선택해야 했던 불가피한 경로였습니다. 이 시기 다져진 국방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와 국산화에 대한 강력한 집념이 없었다면, 오늘날 K9 자주포와 KF-21 같은 첨단 무기를 수출하는 K-방산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현재의 K-방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태동기의 역사적 배경을 아는 것이 핵심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