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 수출, ‘총성’ 이전에 ‘돈’이 움직인다
K-방산이 최근 수조 원대의 대규모 수출 계약을 연이어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러한 성공적인 수출 행진에 가장 큰 걸림돌이자 잠재적인 딜레마가 남아 있습니다. 바로 ‘정책 금융 보증’ 문제입니다. 방산 계약은 그 특성상 금액이 크고,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며, 구매국 정부의 재정 상태와 신용도에 따라 대금 지급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수출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나 공공기관의 **금융 지원 및 보증(금융 패키지)**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한국수출입은행(KEXIM)**을 중심으로 한 정책 금융기관의 특정 국가에 대한 대출 및 보증 한도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잠재적 수출 물량이 계약 성사 직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는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결단을 요구하는 핵심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I. 방산 수출 계약에서 ‘금융 패키지’의 결정적 역할
방산 수출은 단순한 물품 판매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G2G)’ 간의 금융 및 안보 패키지 계약의 성격을 가집니다. 구매국이 한국산 무기를 선택하는 데 있어 **’무기의 성능’**만큼이나 **’금융 조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1. 금융 보증의 두 가지 핵심 형태
- ECA 금융 (수출 신용 기관 금융): 한국수출입은행 등 **수출 신용 기관(ECA, Export Credit Agency)**이 구매국에 직접 대출을 제공하거나, 구매국이 상업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보증을 서주는 형태입니다. 이는 구매국이 저렴한 이자로 장기간에 걸쳐 무기 대금을 분할 상환할 수 있게 하여 구매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춥니다.
- 선수금 환급 보증 (RG, Refund Guarantee): 구매국이 계약 체결 시 한국 방산업체에 지급하는 **선수금(Down Payment)**에 대해, 수출입은행 등이 **’계약 불이행 시 해당 선수금을 구매국에 돌려주겠다’**는 보증을 서는 것입니다. 이 보증 없이는 구매국이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2. 금융 조건이 경쟁력인 이유
| 요소 | 금융 보증이 없을 때 | 금융 보증이 있을 때 |
| 구매국 부담 | 계약 금액 전액을 일시에 현금으로 지급해야 함. | 낮은 이자율로 10년 이상 분할 상환 가능. |
| 한국의 납기 경쟁력 | 대금 문제로 계약 지연 발생. | 계약 즉시 생산 착수가 가능하여 신속 납기(Quick Delivery) 실현. |
| 방산업체 리스크 | 구매국의 파산 등 대금 미지급 리스크를 직접 부담. | 정책 금융기관이 대금 지급 리스크를 인수하여 사업 안정화. |
II. K-방산 성장의 발목을 잡는 ‘수출입은행 한도 문제’
한국의 방산 수출이 급증하면서, 핵심 정책 금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KEXIM)의 특정 국가에 대한 신용 공여 한도 문제가 현실적인 딜레마로 부상했습니다.
1. 법정 한도 초과의 현실
- 수은법 규정: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특정 국가의 기업, 은행, 정부 등에 대한 **신용 공여액(대출 및 보증 합산액)**을 자기 자본의 40%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 폴란드 딜레마: K-방산의 최대 고객인 폴란드와의 계약 총액(K2, K9, FA-50 등 수백억 달러 규모)이 수출입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법정 한도를 크게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조 원대의 2차 이행 계약에 대한 금융 보증 제공이 어려워져 수출 계약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2. 한도 문제의 전략적 파장
- 수출 기회 상실: 금융 보증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폴란드 등 핵심 고객국들은 **유럽의 다른 경쟁국(독일, 프랑스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K-방산의 글로벌 시장 우위를 일거에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신뢰’ 문제 발생: 금융 패키지를 약속한 후 정부가 법적 한도로 인해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 한국 방산과 정부의 국제적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 내부 위험 증가: 방산업체들은 정책 금융의 보증 없이 스스로 대출을 받거나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며, 이는 재무 구조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대규모 투자를 위축시킵니다.
III. 딜레마 해소 방안: 정책 금융 역량 확충 전략
수출입은행의 한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K-방산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책 금융의 역량을 대폭 확충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1. 수은법 개정을 통한 법정 한도 확대
- 핵심 해결책: 한국수출입은행법을 개정하여 특정 국가에 대한 신용 공여 한도를 ‘자기 자본의 40% 이내’에서 50% 또는 6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입니다.
- 효과: 당장 폴란드 등 핵심 고객국과의 2차 이행 계약에 필요한 수조 원의 금융 보증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여 수출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습니다.
2. 자본 확충 및 정부 출연 확대
- 정부 재정 투자: 수출입은행의 자기 자본 규모 자체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의 **직접적인 출자(출연)**를 대폭 늘려야 합니다. 한도가 자기 자본에 비례하므로, 자본금을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 정책 금융 역할 분담: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 등 다른 정책 금융기관의 방산 부문 리스크 분담 역할을 확대하여, 수출입은행이 부담하는 대출 및 보증의 총액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3. 민간 금융 및 국제 협력 활용
- 민간 금융 연계 활성화: 방산 계약에 시중 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이 참여하도록 정부가 보증하는 ‘Lender’s Guarantee’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정책 금융의 부담을 민간으로 분산시켜야 합니다.
- 해외 ECA와의 협력: 독일, 프랑스 등 선진 방산국가의 **수출 신용 기관(ECA)**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 금융(Co-financing)**을 추진하여, 대규모 계약에 필요한 금융 조달 규모를 국제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 해결 방안 | 목표 효과 | 법적/제도적 조치 |
| 법정 한도 상향 | 특정 국가 대규모 계약 금융 보증 문제 즉시 해소 | 수은법 개정 (국회 입법 사항) |
| 정책 자본 확충 | 수은의 총 신용 공여 능력 근본적 확대 | 정부의 대규모 출자 및 추가 출연 |
| 민간/공공 분담 | 정책 금융기관의 리스크 분산 및 부담 완화 | 무역보험공사 등 공공기관 역할 조정 |
🚀 결론: 정책 금융은 ‘전략적 무기’다
K-방산 수출 계약의 금융 보증 딜레마는 한국 방위산업이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성장통입니다. 금융 패키지는 무기의 성능만큼이나 강력한 **’전략적 무기’**이며, 이를 적시에, 충분한 규모로 제공하지 못한다면 어렵게 확보한 수출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수출입은행법 개정을 통한 한도 확대와 정부의 과감한 자본 확충을 통해 정책 금융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K-방산의 지속적인 수출 성공을 위한 튼튼한 금융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