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의 무기’와 ‘시장 경쟁자’ 사이의 K-방산
한국의 방위 산업(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특히 K9 자주포, K2 전차, FA-50 등 주력 무기들이 유럽과 중동 시장을 석권하면서, 최대 동맹국인 미국 국방부와 군사 산업계의 시선 역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미국에게 K-방산은 한미 연합 작전 수행을 위한 **’전략적 동맹의 핵심 자산’**이지만, 동시에 국제 방산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위협하고 미국의 기존 무기 판매 기회를 줄이는 **’경쟁자’**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방 커뮤니티의 K-방산에 대한 비공식 평가는 이 두 가지 상반된 시각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이룹니다.

1. 긍정적 평가: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의 분담’
미국 국방부와 정책 입안자들은 K-방산의 성장을 자유 진영의 안보 강화라는 큰 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 연합 작전 능력 향상 (Interoperability): K-방산의 주요 수출 대상국은 폴란드, 튀르키예 등 NATO 회원국 및 미국의 주요 동맹국입니다. 이들 국가가 한국산 무기(특히 K9 자주포)를 도입하면서, 기존 미군 장비와 함께 운용하는 **연합 작전의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전력 분담 부담을 줄여줍니다.
-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세계가 겪고 있는 무기 및 탄약 재고 부족 현상에서 한국의 압도적인 생산 능력은 큰 힘을 발휘합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신속하게 전력을 보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자유 진영의 무기 공급망을 안정화시키는 중요한 축으로 인식됩니다.
- 경제적 협력의 확대: 미국은 한국을 F-35의 유지보수(MRO) 허브로 지정하거나, 첨단 무기(예: SM-6 미사일)를 한국군에 수출하는 등 K-방산과의 협력을 통해 상업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2. 현실적 우려: 시장 잠식과 기술 유출 리스크
한편, 미국 방산 기업과 일부 정책 입안자들은 한국의 급성장에 대해 현실적인 경쟁 우려를 제기합니다.
- 중저가 시장 잠식: K-방산은 FA-50, K-9, K2 전차 등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라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저가 시장 및 개도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F-16 중고 시장이나 일부 저비용 무기 판매 기회를 직접적으로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 첨단 기술 유출 우려: 한국산 무기의 국산화율이 높아지면서,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일부 핵심 기술(레이더, 소프트웨어, 엔진 부품 등)**이 한국산 무기를 통해 제3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됩니다. 미국은 특히 KF-21 개발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의 기술 통제(Export Control) 규정을 준수하도록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3. 결론: ‘윈-윈’ 협력 모델의 모색이 미래 방향
미국 국방 커뮤니티의 K-방산 평가는 **’경쟁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성장 자체를 막기보다는, 이를 한미 연합 전력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려는 실용주의적 관점이 우세합니다.
- 미래의 협력 모델: 양국은 미국 기술과 한국의 생산력을 결합한 ‘윈-윈’ 협력 모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무기 공동 개발, 핵심 부품 공급을 통한 생산 분업, 그리고 제3국 공동 진출 등 다양한 협력 채널을 통해 경쟁을 넘어 상호 보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K-방산은 미국의 안보 전략 목표와 **’경쟁’**이라는 시장 원리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력과 기술 협상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핵심 이슈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