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방공망을 사로잡은 천궁-II: 전략적 구매의 배경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II (KM-SAM Block-II)**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계약은 K-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계약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계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UAE가 이미 미국의 PAC-3 패트리어트와 THAAD(사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UAE가 추가적인 방공 시스템으로 천궁-II를 선택한 것은 **’다층 미사일 방어(Multi-Layer Missile Defense)’**라는 현대 방공 전략의 핵심 트렌드를 반영하는 전략적 결정입니다.
UAE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그리고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협 환경에서 천궁-II는 기존 방공망의 **’중고도 및 중단거리 요격 능력’**에 대한 빈틈을 메우는 최적의 솔루션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다층 방어의 퍼즐 조각: 천궁-II의 포지셔닝
현대 미사일 방어는 단 하나의 시스템으로는 완벽하게 방어할 수 없으며, 고도와 사거리에 따라 여러 시스템을 층층이 배치해야 합니다. 천궁-II는 이 방어 체계에서 **’중고도 요격’**이라는 매우 중요한 틈새를 메우는 역할을 합니다.
| 방어 시스템 | 방어 고도 및 역할 | 천궁-II와의 관계 |
| THAAD (미국) | 고고도 (약 40~150km) 요격 | 장거리 미사일의 외기권/상층 대기권 요격 (최초 방어선) |
| 천궁-II (한국) | 중고도 (약 15~40km) 요격 | 중단거리 미사일의 종말 단계 요격 (중간 방어선) |
| PAC-3 (미국) | 저고도 (약 15km 이하) 요격 | 순항 미사일 및 최종 방어선 요격 (최종 방어선) |
천궁-II는 특히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이 가장 빠르게 하강하는 종말 단계에서 정확하게 요격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THAAD의 방어에 실패하거나, THAAD의 고도보다 낮게 비행하는 미사일에 대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백업 및 주력 방어 수단이 됩니다. UAE는 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자국의 핵심 시설에 **빈틈없는 ‘중층 방어벽’**을 완성하려 했습니다.
수출 성공의 핵심 이유: 기술적 우수성과 경제적 매력
천궁-II가 유럽과 미국의 시스템을 제치고 UAE의 선택을 받은 데에는 단순히 방어 계층을 보완한다는 전략적 이유 외에, 기술적 및 경제적 이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1. 기술적 우위: ‘핫 론치’와 명중률
- 콜드 론치 vs. 핫 론치: 천궁-II는 러시아의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되었지만, 한국의 독자 기술이 접목되어 ‘핫 론치(Hot Launch, 미사일 엔진이 발사관 내에서 점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는 PAC-3의 콜드 론치(Cold Launch, 가스 압력으로 발사 후 공중에서 점화) 방식보다 신속한 발사 준비와 대응에 유리합니다.
- ‘Hit-to-Kill’ 기술 적용: 요격 탄두를 표적에 직접 충돌시켜 파괴하는 ‘직격 파괴(Hit-to-Kill)’ 방식을 채택하여 명중률과 파괴력이 매우 높습니다.
2. 압도적인 가성비와 유연성
- 경제적 우위: PAC-3나 다른 유럽산 경쟁 미사일에 비해 획득 비용 및 운용 비용이 훨씬 저렴하면서도 요격 성능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습니다. UAE는 동일한 예산으로 더 많은 발사대와 미사일을 확보하여 방어 밀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 기술 협력 및 비민감성: 미국 시스템과 달리, 한국은 천궁-II의 운용 및 정비, 그리고 추후 성능 개량에 필요한 기술 지원에 더 유연합니다. 이는 UAE가 자국 방어 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주권과 독립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결론: K-방산이 제공하는 ‘종합 안보 솔루션’
천궁-II의 UAE 수출은 한국 방산이 단순히 개별 무기를 파는 것을 넘어, **국가 방어 전략의 공백을 채워주는 ‘종합 안보 솔루션’**을 제공했음을 의미합니다. 중동의 복잡한 위협 환경에서 천궁-II는 경제성, 실전성, 기술 유연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층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필수적인 한 축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습니다.